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뉴스1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사이의 ‘주주 간 계약’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법원이 민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하이브가 주장한 ‘경영권 탈취 시도’ 등 계약 해지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하이브는 민 전 대표 등에게 256억원의 주식 매매 대금을 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남인수)는 12일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낸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을 기각하고, 민 전 대표 측이 하이브에 낸 주식 매매 대금 청구 소송에선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게 약 225억원을, 어도어 전직 이사들에게 각각 17억원과 14억원 등 총 256억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4년 4월 하이브가 민 전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며 전격 감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외부 투자자를 접촉해 어도어를 하이브에서 독립시키려 했다는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민 전 대표는 “하이브 소속 그룹 ‘아일릿’이 어도어의 ‘뉴진스’를 베꼈다는 문제를 제기하자 보복성 해임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맞서며 갈등이 증폭됐다.
문제는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주주 간 계약’에 명시된 풋옵션(주식 매수 청구권)이었다. 민 전 대표는 같은 해 11월 사내 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계약에 따라 보유 주식을 하이브에 일정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의 경영권 탈취 시도가 계약 위반이기 때문에 계약 자체가 해지됐다고 주장하며 대금 지급을 거절해 왔으나, 이날 법원이 계약 해지 사유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서 하이브는 정해진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민 전 대표의 ‘어도어 독립 방안 모색’이 계약의 본질을 해치는 중대한 위반인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카카오톡 내용 등을 볼 때 민 전 대표가 독립 방안을 모색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이는 하이브와의 협상 결렬을 전제로 한 구상 수준이지 실제 하이브의 동의 없이 실행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판단했다. 하이브가 주장한 ‘뉴진스 빼가기’ 의혹에 대해서도 “멤버들을 데리고 이탈하려 했다고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하이브가 문제 삼은 민 전 대표의 “내가 나가면 어도어는 빈껍데기”라는 메시지에 대해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이탈할 경우 어도어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하이브는 이를 두고 “뉴진스를 데리고 나가 전속 계약을 해지시키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뉴진스 탈취 시도’와는 무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제기했던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Copy·표절)’ 의혹 제기나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 폭로도 계약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표절 의혹 제기는 “단순 가치 판단이나 의견 표명이기 때문에 허위 사실 유포로 볼 수 없다”고 했고, 음반 밀어내기 폭로에 대해선 “실제 하이브 측의 밀어내기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문제 제기를 통해 음반 유통 질서 확립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오히려 정당한 경영상 판단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하이브가 주장하는 해지 사유들은 추상적이거나 경미한 부수적 채무”라며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민 전 대표가 입게 될 풋옵션 상실 등 손해에 비해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